도치기 발견 역사
일본에는 옛 수도 교토와 무가의 문화가 번영한 가마쿠라를 비롯해 많은 역사적 건조물이 곳곳에 있다. 도치기에 있는 세계유산도 그중 하나. 그중에서도 닛코 도쇼궁(東照宮)은 창건 이후 40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도 호화로운 자태를 유지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도쇼궁의 건조물로서의 매력을 찾고자 수리를 맡고 있는 미야다이쿠(대목수)와 함께 돌아봤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닛코 도쇼궁을 미야다이쿠와 탐방한다
역사 깊은 절과 신사를 미래로 이어주는 프로페셔널 「미야다이쿠」
도쇼궁은 100년 이상에 걸쳐 계속된 전란의 시대를 끝낸 도쿠가와 이에야스(1543~1616년) 장군이 모셔진 신사. 닛코 도쇼궁은 1617년에 창건된 후 대대적인 수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건조물을 매일 점검하고 수리하는 프로페셔널 미야다이쿠(대목수)가 있다. 주로 신사 불각 등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의 수리를 맡는데, 그중에는 새로 짓는 절과 신사의 건축을 맡는 목수도 있다.
이번에 동행해주신 후쿠다 씨는 미야다이쿠 경력 20년. 닛코 2신사 1절(후타라산 신사, 도쇼궁, 린노지)의 수리를 맡아왔다.
신사, 불각 등의 전통 건축은 기둥과 들보 등 건물을 구성하는 부재가 일반 주택과 비교해 더 크다. 그래서 일반적인 건축용 도구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재료를 수작업으로 가공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 기술을 가지고 전통 건축을 수리하는 미야다이쿠는 귀중한 존재다.
도쇼궁의 경우는 도장과 채색이 벗겨진 부분을 다시 칠하는 도장 공사가 메인. 전체적인 재도장은 50~60년 주기라고 한다. 단, 건물 중에서도 비바람을 맞는 곳은 부재가 심하게 손상되므로 20~30년 주기로 부분적으로 수리하고 있다. 해체를 동반하는 대규모 근본 수리는 현재까지 100~200년에 한번 주기로 실시해왔다.
후쿠다 씨: 문화재의 공사는 수리에 필요한 조사부터 시작돼요. 조사 결과 손상된 부분이 있으면 보수를 하지만 부재를 모두 교체할지 부분적으로 접목해 수리할지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죠.
옛 기법과 재료를 남기는 것은 문화재의 가치를 지키는 것으로 이어져요. 가능한 한 원래의 부재를 그대로 남기는 것이 중요한 거죠.
1년 내내 습기가 많은 닛코에서는 나무가 상하기 쉬워요. 목조 건축은 부식이 진행되면 건물이 기울어지는데요. 정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손상된 부분을 꼼꼼히 보수만 잘하면 수명이 많이 길어지죠.
후쿠다 씨가 오랜 시간이 지나 부식되어버린 도쇼궁의 배전 상판을 보여주었다. 배전 상판의 교체 공사가 마지막으로 실시된 것이 1688~1690년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적어도 그 시대부터 사용된 목재인 것이다.
후쿠다 씨: 이렇게 큰 상판을 만들 때는 수백 년에 걸쳐 자란 나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건축에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아요. 게다가 나무는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잘라서 바로 사용할 수 없으니 재료 준비만으로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죠.
후쿠다 씨: 도쇼궁의 건물 수명이 긴 이유는 좋은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커요. 예를 들면, 나이테가 촘촘한 목재같은 거죠. 밀도가 높은 것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목재는 지금 찾으려고 해도 찾기 어려워요. 도쇼궁이 대단한 건 바닥 아래 부재까지도 이렇게 밀도 높은 좋은 목재를 사용했다는 점이에요. 역시 이에야스 공을 모시는 건물이다 보니 비용을 들여 좋은 재료를 모아 시공했다는 게 전해집니다.
도쇼궁의 역사를 건축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여기부터는 그냥 보는 것 만으로는 알 수 없는 도쇼궁의 건축적인 매력을 후쿠다 씨가 소개한다. 먼저 많은 절과 신사에서 볼 수 있는 5개의 지붕을 가진 불탑 오중탑에 대해서.
후쿠다 씨: 오중탑이라고 하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는 나라에 있는 호류지(法隆寺) 오중탑 등이 유명하죠. 이 탑은 600년대에 세워졌는데 탑이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삼각형으로 되어 있어요.
한편 도쇼궁의 오중탑은 탑 위에서 아래까지 같은 폭이에요. 이것은 에도 시대(1600~1868년)에 세워진 오중탑의 특징입니다. 건축 시기가 최근일수록 형태가 좁고 길게 변화한 거죠. 게다가 닛코는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건물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고안한 것일 수도 있어요.
또 하나의 특징은 탑 중심에 있는 심주가 지상에서 떨어져 있는 「매달린 구조(현수식)」. 흔들림을 분산시켜 내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사실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니에요. 다만, 전국적으로 그다지 유행하지 않았던 방식이었는지 전국에서도 3, 4건밖에 없는 드문 구조입니다.
조각과 세밀한 장식을 배치해 금박을 씌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태의 「요메이몬(陽明門)」은 이에야스의 손자인 이에미쓰 시대에 개축되었다.
후쿠다 씨: 지붕은 원래 편백나무의 껍질을 겹쳐서 만들어졌는데, 이에미쓰 시대에 구리판을 사용한 부재로 바뀌었어요. 지붕은 비바람이나 눈을 맞기 때문에 식물 소재로 하면 손상되기 쉽거든요. 지붕은 자주 수리할 수 없으니까 가능한 한 내구성을 높이려는 의도인 거죠.
후쿠다 씨: 요메이몬이라고 하면 「거꾸로 세운 액막이 기둥」이 유명해요. 문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있는 한 개의 기둥만 문양이 거꾸로 되어있어요. 건물은 ‘완성한 후에는 붕괴될 뿐’이라는 옛날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거죠. 오히려 불완전한 상태로 해두는 것에 액막이의 의미가 있었다고 해요.
보통은 문양을 채색해 표현하지만 요메이몬의 기둥은 나무를 조각해서 문양을 만들어내는 「무늬 조각」 방식. 만약 실패하면 그 기둥은 사용할 수 없게 되니까 가공이 어려워 격이 높은 건물에만 사용하던 방식이죠. 무늬 조각 방식의 건물은 도쇼궁 안에서도 요메이몬부터 안쪽에만 있어요.
무늬 조각 중에서도 기둥 등 하얗게 칠해진 부분은 조개껍데기로 만들어진 안료를 사용하고 있어요.
건물에 새겨진 여러 조각에도 주목
도쇼궁에서는 건물 곳곳에서 조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8가지 장면으로 인간의 일생을 표현했다고 하는 원숭이 조각이다. 「말의 병을 원숭이가 고쳤다」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해, 신마(神馬)라 불리는 신에게 봉사하는 말을 매어두는 신구(神厩)에 원숭이 조각이 새겨졌다고 전해진다.
후쿠다 씨: 8가지 장면은 탄생부터 시작해 독립, 연애, 결혼 순으로 나아가, 마지막에 자신이 부모가 되어 처음 상황으로 되돌아가요. 그중에서도 3마리의 원숭이가 각각 귀, 입, 눈을 가리고 있는 조각이 특히 유명해죠. 이는 어릴 때를 표현한 것인데 「나쁜 것을 보거나, 말하거나, 들으면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있어요.
보물 창고인 「상신고(上神庫)」에 있는 조각 「상상의 코끼리」도 볼거리 중 하나. 체모가 길고 매머드처럼 표현되는 등 실제 코끼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되어 있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 건물이 세워진 시대에는 그 누구도 코끼리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책을 통해 상상해서 표현했다고 한다.
후쿠다 씨: 도쇼궁은 이에야스를 신으로 모시기 위한 건물이라 건물에는 의미를 가진 조각이 많이 새겨져 있어요. 크고 강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코끼리도 그중 하나였을 겁니다.
조각 개수로 말하자면 크고 작은 것을 합쳐 500개 이상이 새겨진 요메이몬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인물 조각은 도쇼궁 안에서도 요메이몬과 당문(唐門)에만 새겨져 있다.
후쿠다 씨: 하단에 있는 것은 선인이라고 해서 「신에 가까운 존재였던 인간」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 윗단에는 중국 어린이가 놀고 있는 모습이 있죠.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이 모티브는 어린이가 노는 모습에서 평화로운 이미지를 표현한 것일 거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후쿠다 씨: 튀어나올 듯이 붙어있는 것이 「당사자(唐獅子)」입니다. 신화 등에 등장하는 특별한 동물이죠. 조각으로 표현된 것은 용을 포함해 이런 상상 속 존재가 많았어요. 도쇼궁 안에 많이 있으니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수리 작업을 하면서 당시 목조 건축의 기술력을 가까이서 봐온 후쿠다 씨. 놀란 점은 쇠붙이 없이 목재를 쌓아올리는 기술의 정확함이라고 이야기한다.
후쿠다 씨: 다양한 종류의 기법을 사용하면서 강고한 형태로 짜여있어요. 이런 기술을 습득하려면 강인한 인내력이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닛코 도쇼궁의 400년 이상이라는 역사는 우수한 목조 건축을 쌓아올려 유지해온 미야다이쿠의 역사이기도 하다. 직접 방문해 그 건축의 세세한 곳까지 차분히 관찰해 보자.